
처음 이름이 알려졌던 것은 그가 군지휘관으로 참여한 전투에서 연승을 거둔 덕이었다. 전쟁터의 군사들에게 있어 승리라는 말보다 더 중요시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죽음, 피부로 느껴지는 살벌함과 공포에 잡아먹히기에 십상인 전쟁터라는 장소에서 그의 전략과 군사들을 위한 한마디, 한마디에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어느새 군사들에게 있어 그와 함께 하는 전쟁터는 두려움의 장소가 아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가 참여하는 전투는 항상 승리를 거머쥐었으며, 사상자 또한 다른 전투와 비교해 현저히 적었다고 한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군의 사기가 올랐으며 잇단 전투에서 출혈이 적은 연승이 계속되자 다른 지역으로 파병을 나가거나 중대한 전투를 앞둔 이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아오는 일이 빈번해지곤 했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이들에게도 변함없는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그 소문이 퍼져 매스컴에서는 종군 기자들의 영상이나 기록을 모아 그의 업적을 방송하기도 했다. 또한 초세계급으로 인정받은지 햇수로만 10년이 넘었으니, 국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Keyword: 잔인한, 전쟁광]
잔인한 : 적군에게는 가차 없는, 달리 말하자면 잔인한 사람이다. 제 복수의 대상이라면 그 상대가 어떻게 짓이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상대를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에 있어서 환희를 느끼지는 않지만, 그 행동에 마치 중독된 것과 같이 차분하게 적을 밟는 그 모습은 지옥에서 조용히 올라온 사신 같다고도 한다.
전쟁광 : 제 나름의 평화를 깨뜨린 광인들의 테러에 대한 분노는 상상보다 컸다. 원체 화를 잘 안 내던 사람이 한 번 화를 내면 무섭다고 하던가, 그 조용한 분노가 향한 곳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규모의 테러뿐이었다. 테러를 잠재운다는 허울 좋은 명목하에 테러가 일어난 지점을 박살 내다시피 점령하고, 테러를 일으킨 광인들을 짓밟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쌓여만 가는 울분에 미칠 것만 같아 이런 식으로라도 해소를 하며 점차 그 행동에 중독되어가는 그는 전쟁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 군에 입대했을 때(2000년)는 여느 군사들과 다름없는 일반 군사였을 뿐이었다. 군에 입대한 후 아직 병사의 위치일 때,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은 그의 인생을 뒤집어 놓았다. 어떻게든 승리를 거머쥐던 부대가 광인들의 잇단 테러를 통해 참패하고, 그 혼란 속에서 일어난 전쟁들은 아비규환이었다. 입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출전하고, 제대로 갖춘 지식도 없었다. 그랬던 탓일까, 적군의 포탄의 영향으로 오른쪽 팔을 심하게 다쳤고, 동료의 도움을 받아 기적적으로 혼미한 의식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가지고 후퇴할 수 있었다. 다친 팔을 치료했지만, 어딘가 신경이 잘못되었는지 항상 날카로운 통증을 달고 다녀야 했다. 영원한 고통이 남은 한쪽 팔과 쓰디쓴 패배의 고통은 그가 우왕좌왕하다간 목숨을 잃는다,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 이후 남들과는 다르게 전장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군 복무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장을 보는 눈은 남들과 달라졌다. 다시는 패배를 겪고 싶지 않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더해진 것도 한몫했다. 남들은 생각해보지 못할 전략을 생각해내며 총지휘관에게 언질을 몇 번 해본다거나.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의외로 컸다. 어떤 전투에서든 승리를 거머쥐긴 했지만, 그의 말을 참고했던 전투와 참고하지 않았던 전투의 피해 정도와 전투 난이도가 현저히 차이 났던 것. 이런 일들이 여러 번 반복되자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점점 한 계급씩 승진하게 되었고, 군 내부에서는 예외적으로 어린 나이에 대장계급을 달고, 원수로 임명받음과 동시에 초세계급으로도 인정받게 되었다. 고작 2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내(발렌티나)와 결혼을 한 건 2006년, 24세가 되던 해였다. 과거, 본인이 팔을 다쳤던 지역에 또다시 테러가 일어났고 이를 지원하러 갔을 때 만나게 되었다. 광인들을 무력이 아닌 설득으로 잠재워보려는 그녀를 보며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새로운 의문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무조건 무력으로만 광인들을 짓눌러야겠다는 생각이 차츰 바뀌어가고 있었지만 바로 다음 해에 아내는 광인들의 테러에 휩쓸려서 죽고 말았다. 한발 늦게 달려간 곳에서 테러로 폐허가 된 지역의 잔해 밑에 깔린 아내를 발견했을 때 그의 분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고 그 이후 광인들을 갱생할 수 없는 쓰레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매번 광인들의 테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그들을 짓밟기 시작했다. 계속 쌓여만 가는 분노는 그를 전쟁광으로 만듦과 동시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공적을 쌓을 수 있게 만들었다. 결과를 위한 과정은 끔찍했지만 재능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이를 인정받아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기 전까지 계속 초세계급의 장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2010년, 라티폴리아 재능 관리 기관에서 사건의 종결을 알린 이후로는 전략서를 집필하거나 교육생을 훈련하는 식으로 재능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며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중독되다시피 한 전쟁광 성향이 남아 지금 상태가 굉장히 무료하다고 생각 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