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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은 상당히 행복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부유한 집안에, 일찍이 발견한 재능, 그 재능에 끊임없는 지원을 쏟아 부어주는 부모님까지. 이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랴, 에단은 모든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온 아이였고, 그렇기에 남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뛰어나단 이유로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은 것을 받거나 좋은 대우를 받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만큼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편집증적인 성격이 강했고, 또한, 자신을 보며 쫓아오는 이들에게는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에 그 천재성을 입증 당했을 때부터 남들을 감동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연주했고, 사람들이 그에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 에단은 이것이 자신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하는 의무라고 생각했다.
또,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다 보니 당연히 자신과 같은 부류의 아이들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음악계에는 친구 한 명 두지 않은 채 자신만의 독주를 전전하며 다녔지만, 이에 별로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나중에 큰 화가 되어 18살 후반, 에단은 자신을 질투한 자신의 또래 친구에 의해 길가에서 갑자기 밀쳐지고 말았고, 그 결과 큰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잃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에단은 이때도 그다지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절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단지 자신을 밀친 그가 재능이 없어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가여워했다. 사고를 당하기 이전에 초세계급에 당선되어 있었기 때문에, 에단은 라티폴리아의 병원에서 최첨단의 치료를 받고 의수를 달아 계속해서 연주할 수 있었다. 다만, 에단의 연주는 세심하기도 하면서 거침없는 구석이 많았기 때문에, 의수가 오랜 연주를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에단은 자신이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첫째는 화살이 돌아갈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 일로 인해 자신을 동정하거나, 이로 더 높게 쳐주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일은 비밀에 부친 채, 19살 때부터 에단은 연주회나 콩쿠르의 참가 횟수를 현저히 줄여나갔다.
누구나 에단에 대해서 말해보라고 한다면, 우선은 그의 자신감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그만큼 에단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굉장히 넘쳐, 무엇이든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해서라면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자신이 생각했던 상황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굉장히 당황하는 편이다.
또, 에단은 오만하다는 평을 자주 듣는데, 이는 겸손이라는 걸 모르는 그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콩쿠르의 상들을 모두 휩쓴 만큼, 바이올린에 대해서는 자신이 최고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도 몇 번 하기도 했다. 물론 본인은 그 사람을 무시하려고 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사실을 가감 없이 말한 것에 불과하다.
감정을 그다지 숨기려 하지도 않아 표정에 감정이 전부 드러나나, 꽤 밝은 성격 덕분에 그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을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다른 사람에게 말을 편하게 걸어 사교성 역시 좋은 편. 물론 겸손을 모르는 성격 때문에 금방 멀어지기도 한다.


‘신이 내린 연주’, 처음 에단이 콩쿠르에 나갔을 때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남긴 말이었다. 이 이후로 에단은 ‘신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얻으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에단은 9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11살 때부터 여러 콩쿠르를 다니기 시작했다. 배운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재능 덕분에 웬만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는 훨씬 웃돌 정도의 테크닉을 선보였고, 그 뒤로 단 한 개의 콩쿠르도 남기지 않고 모든 대상을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에단이 13살이 되던 해에 첫 개인 연주회를 열었으며, 이에 대한 인기는 폭발적일 정도여서 순식간에 표가 매진될 정도였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에단의 연주를 듣기 위해 영국으로 모였고, 그의 연주를 들은 뒤 몇몇 사람들은 이제 다시는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의 곡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단이나 사람들이 에단과 함께 합주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에단은 이를 전부 거절하고 자신이 주인공일 수 있는 바이올린 독주만 연주했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합주를 듣고 싶었던 사람들은 아쉽다는 평도 듣는다. 또한, 남들과는 다른 감각과 감정으로 곡을 재해석하여 화려한 테크닉으로 다른 사람을 압도하는 연주를 해, 애초에 합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평을 듣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