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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을 어렸을 때 부터 알고는 있었으나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좋지 못 한 소식을 아직 어린 아이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았던 부모가 있었고, 아직 그 뜻을 다 이해하기에는 그가 어리기도 한 탓이었다. 또한 그러한 사건이 일본에서도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가 자란 시골에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던 탓도 있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자란 그가 '그 일'을 마주하게 된 것은 그가 다 자라 대학교를 자퇴하고 우연히 알게 된 신문사의 기자를 따라 취재를 나갔을 때 였다. 초세계급의 사람들이 스카우트 되어 광인들을 제압하고 다닌다 하더라도 조금씩은 그 잔재들이 남아있을 때, 그 때 취재를 나간 곳에서 그 일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절망에 물든 광인들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을 때 마다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항상 그가 봐 왔던 (만들어진 표정이던, 자연스러운 표정이던) 행복에 물든 표정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절망에 물들어 절규하는 표정들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 누구나 지을 수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 할 그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그 순간 그의 숙명이라도 된 듯 쉬지않고 셔터를 누르던 그는 그 후 광인들이 모여 테러를 하는 곳을 취재라는 명목으로 숨어 따라다니곤 하였다.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기에, 그 사진들은 고스란히 그의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었고, 하루를 끝내기 전 그 사진들을 다시금 돌려보며 언젠가 자신만 아는 이런 표정이 담긴 사진들을 찍을 수 있기를 꿈꾸며 잠드는게 그의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2010년 4월 16일. '인류사상 최대최악의 절망적 사건'이 해결되었음이 공식적으로 퍼진 다음 날 새벽, 새해 첫 날 첫 일출을 기록하는 것 처럼 평화로운 세계 첫 날을 기록하자며 그와 함께 취재를 다니던 선배와 함께 산에 올랐다. 자신만 알고 있는 일출이 잘 보이는 장소가 있다며 찾아 간 곳은 등산로에서 꽤 벗어난 풀숲 쪽의 낭떠러지 위 였는데, 꽤 위험한 곳이라 사람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법 하다고 생각하며 마저 걸음을 옮기다, 앞서 가던 선배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서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급하게 손을 내밀었지만 닿지 않아 당황하고 있을 때, 순간 지금 그의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들었다. 떨어지며 절망하는 그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자, 지금껏 사진을 찍던 그 어느 때 보다 더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 셔터 한 번 으로 자신이 사진을 찍는 이유를 찾은 기분을 느꼈다. 그가 사진을 찍는 사이 당연하게도 선배는 사망을 했고, 뭐라도 남겨놔야 겠다는 생각에 마침 떠오르는 해를 찍어 알리바이를 남겨두었다.
그 후로 약 한달간을 더 신문사에 남아 있었지만 광인들의 테러도, 사고도 없는 평화로운 날들에 흥미를 잃고 그만 둔 채로 여행을 하며 누구도 보지 못 한, 자신만 아는 여러 표정들을 찍기 위해 사람들의 표정을 찍고 그 중 가장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표정들만 골라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소심하다. 그를 처음 보는 어느 사람이건간에 그를 처음 마주 하는 순간 '정말 소심한 사람이란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라고 생각 할 정도로 소심하다.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며 작은 실수에도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울상을 짓는다. 더 나아가서는 그의 잘못이 아닌 일에도 누군가 '너 때문에'라는 말을 한다면 그것도 자신의 잘못인 마냥 사과를 하고야 마는 성격.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그 후에 일어날 일들(언성이 높아진다던가 하는)에 미리 걱정하고 차라리 자기가 잘못을 뒤집어 쓰고 사과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혹자는 그것을 보고 '생각이 깊다', '마음씨가 넓다'라고 표현 하기도 하지만 그냥 단순하게 호구이면서 엄청나게 소심한 것 뿐이다.
소심한 주제에 때때로 엄청나게 뻔뻔하게 굴 때가 있다. 주로 모델을 구하거나 작업을 할 때인데, 자신이 원하는 모델이 나타나면 조금 질척거린다 싶을 정도로 제안을 받아들일 때 까지 따라다니곤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고집이 조금 세다. 자신이 신뢰하고 있는 사람의 험담이나 믿고 있는 사실에 대한 부정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경향이 있다.
그가 찍는 사진은 주로 인물 사진이다. 사람들의 희노애락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얼굴의 근육과 주름들 마저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평을 주로 듣곤 하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그 누구든 그의 모델이 되는 순간 풍부한 표정을 가진 사람으로 탈바꿈 된다는 평마저 듣는다. 찰나와 같이 변하는 표정마저도 포착 해 작품으로 남기는게 특기이자 장점이다. 종종 풍경사진도 찍지만 일반 풍경사진보단 풍경과 인물을 함께 찍은 사진이 더 많은 정도.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은 작품들로 사진전을 연 횟수가 다섯 손가락을 넘기자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열 손가락을 넘길때 쯤 초세계급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다. 그 후로도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만을 담은 사진전을 연 횟수가 다섯 손가락을 넘는데, 오히려 그 전의 전시회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 분명 행복한 얼굴들 밖에 없는데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감동과 슬픔, 혹은 연민까지도 느꼈다는 관람평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며 다음 전시회 때에도 반드시 관람하고 싶다는 말들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니 그를 주제로 한 인터뷰나 다큐 등의 제의가 몇번이고 들어왔으나 자신은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며 두어번의 인터뷰에만 응했는데, 그의 겸손한 태도를 더욱 좋게 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 후로 그의 사진들이 세계 곳곳으로 팔리며 저작권 등으로 인한 수입이 많이 발생했는데, 최근 자신의 작품을 저작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는 사이트에 올리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전신 그림은 91님(@commission_9191)님의 커미션입니다.